서울대 환경대학원 지속가능·스마트물류 랩 허성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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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교수 이야기/물류 이야기

택배 오배송 문제

GSES 허성호 교수 2024. 8. 1. 19:49

택배 오배송 문제는 누군가가 받아야 할 택배가 다른 주소로 배송되는 문제를 의미한다 할 수 있다. 

택배가 워낙 일상화 된 서비스로, 자주 이용하다 보니 누구나 한번은 경험 해 보았을 것이다. (내 물건이 잘못 배송되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의 물건이 우리집에 배송되거나) 

 

2023 생활물류실태조사(국토교통부)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https://www.koti.re.kr/user/bbs/pBookView.do?bbs_no=66408) 재밌는 내용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가볍게 훑어 보면 좋을 것 같다. 

 

2023 생활물류 실태조사 중 택배서비스 이용실태

 

이 내용을 보다 문득 들은 생각이다. 사실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내용인데 마침 눈에 띄었다.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자면 택배는 90%이상 발송후 3일 이내에 도착한다. 이틀 이내 도착분도 50%가 넘는다. 그만큼 빠른 배송에 익숙해 져 있고 (그러다 보니 '빠른 배송'의 정의가 점점 더 타이트 해지고 있다. 서비스 부문별 만족도에서도 빠른배송 점수가 높다) 반대로 택배가 늦으면 조바심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낀다. 해외직구의 가장 불편한 점도 긴 배송시간, 주요 피해경험 중 1위도 배송지연 이다. 가히 '빠름'의 민족이라 불리울만 하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송 지연의 사례를 크게 나누어 보면 판매자의 발송이 늦어지거나, 발송 후 택배사 운송 중 모종의 이유로 소비자에게 전달이 늦어지는 경우다. 이 중 택배사 소관은 후자인데, 특히 그 시간을 많이 늦추는 것이 '오배송'이다. 결국 택배 피해사례 중 1위 배송지연, 2위 오배송 모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오배송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는 주문자가 주소를 잘못 기입한 경우(엄밀히는 오배송이 아니다)오 있겠지만, 많은 경우 택배기사의 착오로 잘못된 주소로 배송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아주 예전에, 대면 수취가 더 많을 때에는 수취 과정에서 오배송이 1차로 걸러졌다. 받는 사람이 택배를 전달 받으면서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택배기사는 이를 확인하고 바로 해결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비대면 배송이 90%에 달하는 지금에는 이러한 1차 확인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오배송 문제가 더욱 소비자에게 큰 불편으로 (더 긴 배송지연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오배송 사실의 확인에 이미 반나절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택배 배송 여부를 일과시간 이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확인하게 된다. 이 때 내가 주문한 물건이 도착 완료임에도 불구하고 내 집 앞에 없거나, 또는 내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이 내 집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이미 반나절이 지난다는 것이다. 

 

이 다음이 중요한데, 내 물건이 도착하지 않은 사람은 온라인쇼핑몰이나 택배사, 택배기사, 등 여러 채널 중 하나로 내 물건이 다른 곳에 배송 되었음을 신고하게 된다. 하지만 쇼핑몰이나 택배사로 접수가 되어도 결국 택배기사를 통해 오배송을 확인하게 되고 대부분 배송기사가 기억을 하고 처리를 하지만,  배송 기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더욱 문제가 된다. 한편 내 물건이 아닌 것이 내 집앞에 있는 경우는 어떠한가? 일부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타적인 경우에는 아파트 단톡방 등 소규모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고 찾아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에는 그냥 방치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사실 이 경우 마땅히 어딘가 접수할 곳도 찾기 어려워 어떤 행동을 취하기가 애매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최소 하루 이상, 수 일이 소모되고 혹시라도 물품이 변질되는 경우라면 가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여기에 송장 내 타인 개인정보 누출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만약 오배송 접수 시스템이 생기게 되면 어떨까? 잘못 받은 사람이 단순히 송장 바코드를 찍어 업로드 하는 정도로만으로도 오배송 화물을 등록할 수 있다면, 반대편, 즉 오배송 문제를 인지한 주체, 원래 받아야 했던 사람이나 택배사, 택배기사,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이를 조회하고 빠르게 대응 행동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